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 경제학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오래된 경구(經口)로서, 영국의 신고전학파 경제학자인 알프레드 마셜이 한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금 활동에 대한 연구에 있어 최근의 경향은 단순한 복지 증진 차원을 벗어나 경영, 경제, 법률, 이벤트 그리고 예술과 질병 등 전반적인 영역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지요. 그만큼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금가들과, 전략을 수립하고 대외 교섭을 담당하는 경영자들 모두에게 더욱 많은 역량과 경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공공의 선을 실현하는 대의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모금가들은 당연히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들일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열정이 보다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종종 장애요소로서 작용할 위험이 있죠.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이터는 대부분 미완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번 정리된 데이터는 계속 인용되고, 판단의 근거로 활용됩니다. 의사결정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비영리 단체의 특성상, 이렇게 잘못 인용된 데이터로 인해 조직 내 선입견과 편견이 고착되고 결국 극복하기 어려운 고정관념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객관적인 자료보다는 경험과 짐작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비효율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관리입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사항 몇 가지를 말씀드릴께요.

 

1. 선택과 집중 : 반드시 필요한 정보만 관리

 

보통 비영리단체의 홈페이지에 가입할 때 이름, 주소, 핸드폰번호, 직장, 결혼기념일 등 수많은 정보항목을 입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받은 정보들이 현장에서 활용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가입 후 시간이 지나도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과거의 정보가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고, 형식에도 맞지 않는 틀린 정보가 입력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메일 뉴스레터 도달률을 보면 올바르지 않은 주소로 인해 절반 이상의 이메일이 발송에 실패합니다. 사실 해당 단체가 반드시 필요해서 받는 정보라기보다, 홈페이지 구축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미 개발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죠. 수집된 이후 방치된 이런 데이터들이 외부로 유출되고, 그로 인해 수집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민감성 개인정보는 활용할 항목만 수집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떤 단체에서 파악해야 할 회원정보는 반드시 개인정보만은 아닙니다. 회원의 관심사, 참여이력, 좋아하는 색깔 등. 집 주소보다 직장 주소가 더 중요할 수도 있고, 결혼기념일보다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하나의 정보를 수집했다면, 그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정보제공자가 최대한 빨리 느낄 수 있도록 바로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정보가 필요하면, 당당하게 다시 요청하세요. 명분에 동의하고 동참하기를 원하는 회원이라면, 용처가 명확한 정보는 기꺼이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셔야 합니다. 그리고,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명시된 정보보호수단에 대한 대비도 꼭 기억해 주세요.

 

2. 단계별 수집 : 지속적 회원 관리의 핵심

 

IT 인프라가 고도로 발달한 한국이라고 해도,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 등의 도구를 통해서 개인정보를 수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문서나 행사참가 절차 등 이미 익숙한 커뮤니케이션 경로가 따로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까닭으로 한 번 정보를 수집할 때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받으려고 시도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용도로 누가 사용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꺼리게 마련입니다. 최근 발생한 대량의 데이터 유출 사건으로 인해서 개인정보와 관련한 각종 법령과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회원의 거부감을 줄이고 각종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활동 범위나 참여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회원정보를 수집하는 편이 좋습니다. 뉴스레터 회원은 이름과 이메일만 받고, 전화번호를 받을 때 주소를 굳이 한 번에 받지 않아도 됩니다. 제공된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한번 받은 정보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위해서라도 계속 활용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지난 1월 한국에 진출해 월 평균 600% 이상 성장하고 있는 다이어트 어플리케이션 ‘눔(NOOM)’의 회원정보 수집 방법을 벤치마킹 해 보시길 권합니다.

 

3. 통합 : 원소스 멀티유즈

 

많은 단체들이 홈페이지를 운영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행사를 운영하죠. 연말이 되면 송년회나 감사편지도 많이 보냅니다. 하지만 각각의 경우에서 사용된 정보들은 실무자들의 컴퓨터나 자료집 안에서 잠들어버리는 일이 많죠. 작게는 회의 참가자들의 연락처에서부터 크게는 단체 회원의 전체 명단까지, 모든 데이터베이스는 하나로 통합되어야 합니다. 각 실무담당자의 컴퓨터에 제각각 저장되어 있는 엑셀파일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닙니다. 손에 익은 정렬방식과 색색으로 표시된 셀은 실무 담당자 입장에서 잠깐 편하게 일하기 위한 것일 뿐, 버전 관리와 내용 수합을 위한 별도의 인력이 투입되게 마련이고, 결국에는 애매한 버전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단체의 자산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뉴얼에 의한 통합관리가 필요합니다. 반드시 IT기반의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Docs나 MS의 SkyDrive 등 무료로 제공되는 협업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기반한 데이터베이스의 활용비율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데이터베이스는 IT담당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인력과 시간의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화려한 컨설팅보다는 현장 활동가의 경험과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바로 IT담당자를 만나서 현장 모금가의 입장에서 답답함과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세요.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뜨거운 열정과 냉철한 두뇌를 가지고 조금씩 천천히 변화를 모색해 가면, 어느 순간 몰라보게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시게 될 겁니다.


※ 본 포스팅은 서울특별시 장애인시설복지협회의 의뢰를 받아 협회 블로그(http://sjh8171.tistory.com/)에 게재했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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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불가능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입장이 충돌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파악하여 배려하는 것과, 물러나는 것은 다르다.
어떤 방식으로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서 비합리적인 억지라도 부려야 할 때가 있다.
가능하다면 전체를, 어렵다면 일부분을, 최악의 경우라도 반드시 얻어내야 할 한 조각에 대해서는
한없이 집착하고 밀어붙여야 얻을 수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협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과 조건에 대한 판단은 섵부르게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다음 스텝,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족한 정보에 기반한 가정일 지라도 결론을 맺어야 한다.
1단계 분석과 10단계 분석이 그만큼의 리소스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보다 많은 정보와 판단을 기반으로 한다는 차이일 뿐이다.
직접 얻은 정보가 아닌 경우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건네 듣거나 얻어들은 정보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더욱 깊이 분석하라.
이를 몸에 완전히 익혀 습관처럼 구사하여야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일을 추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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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그야말로 죽을 각오로 장애물을 돌파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안되면 죽을 각오만 해서는 안되고
그 국면을 돌파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과와 자신의 성장한 모습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놓쳐서는 안된다.
죽을만큼 힘든 돌파의 마지막에 부족한 2%를 채우지 못하고
지극한 자기합리화이자 안락한 현실타협으로서 죽음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파를 거듭하며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즐길 수 없다면
거듭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냉소와 변명으로 일관하기 쉽다.
끊임없는 자기긍정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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